[동시 수상소감]
아침부터 비가 내려 창밖은 촉촉한 잿빛 세상이었습니다. 이런 날이면 뭔가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아, 괜히 창가에 통통 튀는 빗방울을 자꾸 바라보게 되지요. 참새처럼 재잘대는 아이들과 동시를 읽고 글쓰기를 하고, 국어 수업을 막 끝냈을 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기다리면서도 마음을 비우려 애쓰고,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고 있었던, 바로 그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동시들이 이제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니, 콩닥콩닥, 가슴이 설렙니다.
동시는 지쳐있던 내게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고, 나는 동시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동시를 쓰면서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를 더 자세히 바라보게 됩니다. 아이들의 눈을 좀 더 들여다보고, 상처받은 마음에 더 바짝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목일신의 산시내처럼 ‘고요히’ ‘꿈꾸며’ 흐르고 흘러, 아이들의 마음에 가 닿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동시가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한 번 보면 또 보고 싶어지는 친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어린 시절, 책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치게 해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내 동시를 읽고 정성껏 평을 해 준 두 딸들과, 나를 응원해주는 남편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작품에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동시의 손을 꼭 잡고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수진>
경기도 소재 채러티크리스천스쿨에서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읽고 동시를 쓰며 국어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동서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 정채봉문학상대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 <휘파람 친구>, <토리와 무시무시한 늑대>가 있습니다.
[동화 수상소감]
두근두근 첫 동화책
어느 날 갑자기 백수가 되었어요. 큰일이더라고요. 너무 심심한 거예요. 심심하다니! 어린이 여러분, 이거 정말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심심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내를 건너 숲으로 도서관에 가봤어요. 온갖 책도 많고 아침부터 밤까지 있을 수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어요. 비밀친구를 만나게 될 줄이야.
도서관에 동화를 읽고 쓰는 어른 대상 강좌가 있었어요. 덜 심심하려고 그 강좌를 들었거든요. 좋은 선생님 덕분에 동화에 관심이 생겼어요. 첫 동화를 써 보았는데 친구와 있는 것처럼 덜 심심한 거예요. 그 후로 혼자 동화를 쓰고 혼자 읽었어요. 마냥 좋았어요. 동화를 구상하고 쓰고 읽는 시간들이 두근두근 비밀처럼 소중했어요. 동화와 비밀친구가 된 거죠. 세상은 모르는 비밀친구.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들었어요.
‘동화 입장도 나와 같을까. 독자가 작가뿐이라면 심심할지도 몰라.’
비밀친구에게 책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어요. 나의 비밀친구에서 어린이 여러분의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목일신 선생님의 작품들은 친구처럼 다정하잖아요. 그래서 목일신아동문학상에 응모를 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꿈만 같았어요. 당선 됐다는 거예요. 당선이라니! 봄날의 낮, 풍덩 꿈에 빠진 줄 알았어요. 사람은 나 혼자 있었거든요. 아롱, 다롱, 까롱, 샴 같이 사는 고양이 친구들이 진짜라고 알려주고 싶었나 봐요. 오도독, 넷이 사료 먹는 소리가 꿈이 아니라고 알려 주었어요. 그날 밤, 마음에 쓴 일기를 살짝 공개할게요.
비밀친구에게 책이라는 날개를 달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첫 마음을 간직하며 꾸준히 쓰겠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비밀친구가 곧 어린이 여러분에게 공개될 거라니. 두근두근 첫 동화책, 설레고 떨려요.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로.
<김주원>
2016년 봄,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신춘문예 단막극선에 작가로 참여했습니다. <두근두근 첫 비밀친구>가 앞으로 나올 첫 동화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