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그 이름은 가능성
본심에 올라온 여덟 편의 작품에서 최종 세 작품을 두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길순, 조선을 달리다』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수탉이 된 아이』도 스토리의 얼개가 잘 짜여져 훌륭했지만 어른들로부터 시작된 아픈 부담을 어린 아이가 한 몸에 받아내는 모습이 버거웠고, 적확하지 않은 단어선택과 잔인함이 타인에게 알려진 부분에서 개연성 문제가 있었다. 『코 없는 코끼리』는 세밀한 자료와 수준 있는 문장에서 공들여 쓴 노력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교훈성이 강하고 안이한 전개과정이 결정적 흠이었다.
『길순, 조선을 달리다』 는 임진왜란 당시, 파발꾼이었던 아버지의 부상으로 길순이가 아버지 대신 어려움을 이겨내고 파발꾼이 된 이야기이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의 주도적인 활약을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펼쳐놓아서 긴장감이 높았다. 시대상은 다르지만 어린이의 주체적인 판단과 책임에 따른 행동, 고난을 보여주며, 어린이의 가능성을 또 한번 현실로 이끌어내는 절묘함을 보여주었다. 진주 목걸이를 꿰듯, 주제를 한 줄로 꿰는 힘이 있고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능숙함 또한, 돋보였다. 흡입력 있는 도입부와 흐뭇한 결말에 비해 느슨해진 중간부분을 좀 더 문장의 경제성을 살려서 팽팽하게 당겼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어린이는 오늘, 여기를 살고 있는 생활인이며 가능성들이다. 작가의 경험을 소환하거나 선입견으로 동심을 복기하며 안일하게 글을 쓰기엔 이들의 눈높이가 만만치 않다. 이번에 응모작을 읽으면서, 기왕의 뻔한 스토리를 새로운 시공간, 혹은 장치로 옮겨놓았다고 나름, 참신하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다. 하여, 동화작가 스스로가 좀더, 치열하고, 치밀하게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을 알아가고 나란히 발맞추는데 게을러선 안 된다는 각오를 다질 일이다.
당선자에겐 진심어린 축하를, 응모해주신 분들께는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목일신아동문학상을 제정하고 동화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사)따르릉목일신문화사업회 양재수 이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심사위원: 김경연 (문학평론가), 이옥수 (아동, 청소년작가)